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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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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안동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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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군 풍천면 구담동은 순천 김씨와 광산 김씨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옛날에는 마을이 작고 형편들이 구차하여 마을 형세가 볼품이 없었다.

이 마을에 가난하여 끼니를 거르는 것이 밥 먹을 적보다 더 많았지만 한 번도 남의 것을 탐낸 적이 없는 마음씨 착한 노인이 그의 장성한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홀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나 청년 역시 착한 마음으로만 세상을 사는 순박한 사람이었다. 이들 부자는 농사지을 손바닥만한 땅 한 조각 없어 남의 집 품꾼으로 근근이 삶을 꾸려나갔다.
 

어느 해 심한 가뭄이 닥쳐왔다. 하늘은 두 달이 넘도록 비가 내리지 않았고 땅이 쩍쩍 갈라져 농사는 이미 망치게 되었다. 마을사람들은 말라붙은 강바닥만 들여다볼 게 아니라 샘을 얻기 위해 땅을 파자고 의견을 모았다.

모두들 삽과 곡괭이를 들고 물이 펑펑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기대에 땅을 팠다. 이렇게 장소를 옮겨가며 일곱 개의 웅덩이를 파내려갔으나 물은 없었다. 오히려 일곱째 웅덩이를 팔 때 허기지고 지친 몸을 간신히 끌며 땅을 파는 일에 앞장서던 노인의 착한 아들이 파내려가던 웅덩이 벽이 무너져서 흙더미에 쌓여 압사하고 말았다.
 

마을사람들은 농사일보다 더 고된 웅덩이를 일곱이나 팠는데도 물이 나오기는커녕 그 착한 사람까지 죽고마니 너도 나도 실망하여 손을 놓았다. 그저 이제는 하늘의 처분만 바라고 비를 기다리자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아들을 잃은 그 노인은 홀로 여덟 번째 웅덩이를 꾸준히 파내려 갔다. 그러나 역시 물은 나오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의 빈축만 사게 되었다. 하루에 죽 한 그릇도 제대로 못 먹는 노인이 웅덩이 하나를 혼자 파고 나니 죽음 같은 피로를 견딜 수가 없었다.

겨우 집에 돌아가 쓰러져 자는데 하얀 광채 속에서 그 보다 더 희고 눈부신 백발의 노인이 홀연히 나타나서는 "뒷산 고목나무 옆으로 100보 떨어진 곳에 웅덩이를 파보아라" 이르고는 웃음 띤 얼굴로 노인의 어깨를 만져주고 사라져 버렸다.
 

놀라 깨어보니 꿈이었던 것 같은데 늙고 지쳐있던 어깨에 젊은이다운 힘이 들어있는 게 아닌가. 노인은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여 꿈에 산신령이 일러 준 곳을 파기 시작했다. 참으로 놀랍게도 굵은 물기둥이 솟아오르더니 즉시 넘치는 못을 이루었다.
 

이 물은 석달 가뭄을 훌륭히 해갈할 수 있어 오히려 그 해에는 큰 풍년이 들었다. 지금도 이 못은 남아있어 아무리 가물어도 관개용수로는 충분히 이용되고 있으며 못이 아홉 개나 있다고 하여 구담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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