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안동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새롭게 재창조하는 안동문화원

안동이야기

선어대

작성자 정보

  • 작성자 안동문화원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옛날 사십이 넘도록 장가도 들지 못한 머슴이 있었다. 마음씨가 단순하고 우직하여 이웃사람들에게 인색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남의집살이를 해도 섣달그믐께 그 집을 나올 때면 겨우 남은 것은 떨어진 목도리, 버선 정도. 이듬해 또 남의 머슴살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가난에 머슴은 장가드는 일이 아득하기만 했다.
 

 어느 날 머슴은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것이 낫다 생각하고 인기척 없는 밤중에 강물이 굽이치는 언덕에 앉아 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하늘은 검푸른 비단처럼 맑았고 달은 중천에서 잠든 만물을 따뜻이 비추고 있었다. 장가도 못 들고 죽는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목이 메었으나 사는 것 또한 막심한 고생이라 눈을 지그시 감고 깊은 강을 향해 몸을 날렸다. 순간! 누군가 손을 탁 잡는데 꽃잎처럼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죽어서 용궁에 왔나? 아직 이승인가? 어지러운 중에 슬며시 눈을 뜨니 아리따운 여인이 손목을 잡고 있지 않은가! 섬섬옥수 고운 손결에도 가슴이 뛰었지만 달빛아래 은은히 미소 짓는 여인은 그대로 천상백옥경의 옥황선녀였다.


"여보 당신은 누구요?"

머슴은 얼떨결에 물었다.

"소녀는 바로 이 언덕 아래 소에 있는 인어이온데 낭군의 탄식소리를 듣고 나왔습니다."

은쟁반에 구슬 굴리는 듯 낭낭한 목소리였다.

"나는 이미 죽으려고 결심한 터인데 왜 나를 붙잡으오." 처음 만져본 여인의 손이나 단호히 뿌리쳤다. 그러나 여인은 다시 덥석 잡으며,

"젊은 나이에 죽다니요 안 될 말씀이오."

"젊어도 뜻대로 되지 않으니 죽을 수밖에 도리가 있소?"

"아닙니다. 낭군님 좋은 도리가 있습니다. 소녀가 시키는 대로 해주시면 틀림없이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머슴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그래 무엇을 하란 말이요?"

여인은 다시 한 번 방긋 웃으면서,

"지금 소녀는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르려는 중인데 저 위의 소에 또 한 마리의 용이 있어 소녀가 하늘로 오르려는 것을 번번이 방해하였습니다. 아무리 싸움을 하여도 승부가 나지 않아 여태 이러고 있습니다. 내일 여기서 소녀가 용으로 화하여 하늘로 오르려면 필경 저 위의 임하룡과 맞붙어 싸울 것입니다."

낭군님은 그 때 크게,

"야!  이놈의 용아? 하고 소리만 쳐주시면 됩니다. 그 소리에 용이 한눈을 팔면 그 용을 물어 죽이고 하늘로 오를 수 있습니다."

머슴은 껄걸 웃으며,

"그까짓 일이야 너무 쉽지 않소. 좋소, 그렇게 하지요"

하고 승낙했다.

이튿날 밤 머슴은 그 물가 언덕으로 나갔다. 갑자기 구름이 모이고 물이 용솟음치더니 어둠을 뚫고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보였다. 뒤이어 저 위에서도 시뻘건 불덩이와 함께 하늘로 오르는 것이 보이더니 번개가 치며 천둥이 요란했다. 이 무시무시하고 엄청난 광경을 본 머슴은 그만 그 자리에 까무러치고 말았다.

인어용은 무슨 소리가 날까 아무리 기다려도 기척이 없자 싸움을 포기하고 내려오니 머슴이 기절해 있는 게 아닌가! 이리 저리 주물러주자 머슴은 깨어났다.

"어찌된 일이옵니까?"

"어찌되다니요, 싸움을 보다가 그만……"

여인은 빙그레 웃음을 띠우며,

"그럼 내일은 꼭 부탁하옵니다."

하고 사라졌다.

이튿날이었다. 자정이 되자 두 마리의 용은 어제처럼 한데 얽혀 무서운 싸움을 시작하였다. 싸움이 한창일 때 무서움에 온몸을 덜덜 떨며,

"야! 이놈의 용아!"

하고 있는 힘을 다해 외쳤으나 모기소리 정도가 되었을까, 말까! 그래도 보람이 있어 임하소의 용이 한눈을 팔자 인어용은 날쌔게 그 목덜미를 물어뜯고 말았다.

승부는 끝났다. 어느새 사람으로 변한 용은 그의 앞에 내려와 공손히 사례를 올렸다. 그리고는,

"소녀는 이제 승천을 하겠사오니 낭군님은 급히 짐을 꾸려 뒷산 높은 봉으로 올라가시면 약속을 지키겠사옵니다."


 머슴은 시키는 대로 빨리 서둘렀다. 뒷산에 오르자마자 큰 비가 쏟아져 내렸다. 순식간에 내가 범람하여 온 들이 잠기고 천지는 물바다가 되었다. 비가 그치고 날이 새자 넓은 들판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었다. 머슴은 눈을 의심하였다. 그건 바로 머슴의 땅이었던 것이다.


 머슴은 평생소원이던 넓은 토지를 얻어 농사를 짓게 되었고 장가도 들어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그 후 머슴이 농사를 짓던 그 넓은 들판을 이 머슴의 성이 마(馬)씨였으므로 마씨의 들이란 뜻으로 마뜰이라 불리게 되었고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고 용상, 인어용이 사람으로 나타난 물가 언덕을 선어대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관련자료

댓글 1

조기리jo님의 댓글

  • 조기리jo
  • 작성일
보충 ㅡ0맛들 또는 0마뜰 또는 0마들 세가지로  혼용해서 쓰이는데 ......마[馬] +사잇소리현상[ㅅ]+들[우리말] 로 형태소 분석합니다.
마+ ㅅ +들로  보입니다.
의미상은  馬씨의 들입니다.
발음상은 마ㅅ들이니 마 ㅅ+ㄷ 은 ㄸ로 발음됩니다 그래서 마뜰입니다. 들[들판]뜰[정원] 뜻이 달라집니다.
표기상으로 1마들 .2마뜰 .3맛들  무엇으로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