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안동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새롭게 재창조하는 안동문화원

안동이야기

하회탈과 허도령

작성자 정보

  • 작성자 배문환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하회 마을은 풍산 류씨 집성촌이다.
하회의 별신제가 언제부터 비롯되었는지는 정확하게 밝힐 길이 없으나, 전문가들은 하회탈의 제작 연대를 고려 중기(11~12세기)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전설로는 만든 이를 안安도령이라고도 하지만 식자들은 허許도령설을 지지하는 편이다.
허씨 터전에, 안씨 문전에, 류씨 배판.
이라는 말이 전해 오는 하회에는 고려 중엽까지는 허씨가, 그 뒤로는 안씨가 살았다. 류씨가 이 마을에 정착하기는 조선 초부터였다고 한다. 허씨의 마을 터는 지금 하회마을의 동편에 있었고, 지금 마을자리는 당시에는 진펄이었다고 한다

_축제장전경1.jpg

 하회탈을 만들게 된 전설은 다음과 같다. 이 마을에는 마을을 지켜주는 별신당이 있어서, 음력 정월 초이튿날이면 별신굿이라는 부락 동신제를 지낸다. 이때에 가면극이 행하여졌는데, 가면을 제작하게 된 전설이 흥미롭다.
하회 마을 동사 앞마당에는 부락민이 모두 모여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기 위한 의논이 분분하였다. 놀이의 인물은 양반, 선비, 초랭이, 영감, 이매, 백정, 할매, 주지, 소 등으로 결정되었다.
이때 총각 한사람이,
얼마 전에 윗마을에서 중이 나타나서 각시를 업고 달아났다는데, 기왕에 삐뚤어진 양반사회를 풍자하기로 했으면 중과 각시 마당도 넣지요. 그게 더 재미있지 않겠어요? 젊은이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박장대소하며 찬성했다. 마을 사람들은 놀이를 꾸미는데 신바람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놀이는 당시 철저한 계급제도 속에서 아랫것들에 의해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표현으로 지체 높은 양반 지배 계급에 대한 신랄한 야유와 비판으로 일관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굴을 가리지 않고 춤을 추니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금방 알게 되어 춤을 추는 사람도 꺼리게 되고, 보는 이도 흥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궁리한 끝에 탈을 만들어 쓰려고 하였다.
 마을에는 손재주가 뛰어난 허도령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부탁했다. 그의 훌륭한 손재주라면 훌륭한 탈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그는 극구 사양했다. 어느 날 허도령은 꿈을 꾸었다. 꿈에 신이 나타나서 정성을 다해서 탈을 만들라고 했다. 꿈이 하도 신기해서 신이 자기에게 내리는 사명으로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허도령은 잡인으로 하여금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집에 금줄을 두르고, 누구도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휘장을 둘러쳤다. 그리고 그는 매일 목욕재계로 모든 정성을 쏟아 탈 만드는 작업에 열중했다.
 백정은 사나우면서도 솔직한 모습을, 할매는 주름살이 깊고 고생에 찌든 늙은이의 상징으로, 초랭이는 촐랑대는 얄밉고 익살스러운 모습 등, 모든 탈을 섬세하고 교묘하게 만들어 놀이를 더욱 흥겹게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작업에 열중했다.
 석 달 가까이 혼신의 노력으로 작업한 보람이 있어서 열두 개의 탈을 거의 다 만들었을 무렵이었다. 그 무렵, 이웃에는 허도령을 몹시도 사모하는 처녀가 있었다. 그녀는 매일같이 허도령의 집 앞을 오가면서 기웃거렸지만 석 달이다 되도록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있으니 상사병이 날 지경이었다. 먼발치로나마 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하루빨리 탈 만드는 일을 끝내게 해달라고 밤마다 정화수를 떠놓고 빌었다.
5.jpg

 허도령이 두문불출하고 탈을 만들기 시작한지 석 달이 다 되어가던 어느 날 밤이었다. 그 날도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를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정화수 속에 허도령의 모습과 함께 그가 만드는 탈이 보이지 않는가. 이제야 탈을 다 만들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자 더욱 허도령이 보고 싶어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휘영청 달 밝은 밤에 허도령 집에 몰래 들어갔다. 그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서 휘장에 구멍을 내어 살그머니 들여다보았다.
깊은 밤인데도 그는 불을 밝히고 마지막 탈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그 모습은 과연 천상에서 내려온 신선 같았으며, 삼매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그 훌륭한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그녀는 말을 걸었다.
 허 도령님, 좀 쉬었다가 하세요.
 뉘시오?
 아니, 이 밤중에 웬 계집이…….
 허도령은 마지막 탈의 턱을 다듬다말고 깜짝 놀랐다.
 에잇, 부정한 계집이 탈 만드는 것을 훔쳐보다니…….
 이때였다.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번개가 번쩍하더니 천둥이 요란했다. 그리고 그는 피를 토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고 말았다. 처녀 역시 기절초풍하여 달아났으나 벼랑에 굴러 떨어져서 죽고 말았다.
 이 때문에 마지막의 이매 탈은 턱이 완성되지 못하였고, 턱없는 이매 탈이 이제까지의 놀이에 쓰이게 된 것이라고 한다.
 마을에서는 허도령의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서낭당 근처에 단을 쌓고 해마다 제사를 지냈는데, 무진년마다 벌이는 별신굿은 허도령의 혼령을 위로함과 함께 마을의 평온을 비는 행사였다.
1.jpg

 하회탈은 모두 열두 개가 완성되었으나, 항일시기에 일본인들이 세 개를 훔쳐가서 지금은 아홉 개가 남아 국보 121호로 지정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출처 : 안동의 설화)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